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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대학원 생활에 보탬이 되고자 짧은 글을 씁니다. 특히, 연구보다는 학부 졸업 후 더 나은 직장에 취직, 또는 이직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일제(Full-time)로 IDAS 또는 일반대학원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당부합니다. 그리고 이 글이 "대학원에 진학하면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에 대한 여러분들의 고민에 대한 방향성과 함께 동기부여가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성실함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학원을 지렛대 삼아 원하는 기업에 취직하고 싶다면, 성실함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회사는 "뽑을 인재가 없다"며 구인난을 탓하고, 지원자는 "갈만한 회사가 없다'며 구직난을 호소합니다. 소수의 자리를 두고 다수가 경쟁하는 환경에서 선호하는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성실함과 노력을 증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남들보다 성실하고 뛰어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성실함과 치열한 노력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과제 및 프로젝트 참여, 공모전 수상, 논문 등재, 학술 대회 발표, 특허, 프리젠테이션 및 외국어 능력 등을 갖추길 바랍니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의 힘을 믿으세요.
인성과 관계도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성실함과 노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 전에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은 '인성과 사람 사이의 원만한 관계'입니다. 회사에 입사하면 대부분의 일은 동료와 함께 하거나 외부와 협업이 필요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디자이너나 엔지니어라면 이 둘 사이는 필연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으며, 더욱이 여러분들이 선호하는 회사는 업무 분장이 명확하고 고도화된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으며 협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맺는 연습을 대학원에서 팀 작업을 통해 경험하길 바랍니다. IDAS 대학원의 특성 상 프로젝트 기반 수업이 많은데, 일부 팀원의 참여가 저조하고 성실하지 못하다고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그런 팀원으로 인해 나의 역할과 책임이 커진 것을 기쁘게 받아들임과 동시에 자신을 성장 시키는 계기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해당 팀원을 나를 성장 시켜주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세요. 남 탓을 하며 내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를 변화 시키세요. 디자인 분야의 학업을 위해 IDAS에 진학했다면, 국내에서는 최상의 환경임을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IDAS는 홍대앞이라는 문화적인 혜택과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의 산학연구, 잘 갖춰진 교환학생 제도, 장학금, 글로벌 수준의 교수진 등 우수한 학업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업은 여러분들의 현재와 잠재력을 동시에 봅니다. 디자인 전공자인 학생의 경우 디자인을 잘하고, 엔지니어링을
(내용 작성 中......)
자기개발VS자기계발, 직장인VS직업인......작성 중
학술대회에 참석하는 연구원들에게 당부합니다. 학술대회에 가면 다음의 몇 가지를 생각해주세요.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기회로 생각하세요. 연구실은 지도교수님의 학문영역 내에서 한정된 연구가 이뤄지는 곳입니다. 연구실을 떠나 다른 연구자의 다양한 연구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외부 자극을 받기 바랍니다. 특히, 본인의 관심 분야의 발표를 챙겨서 들으면 좋겠습니다.
네트워크의 장소로 활용하세요. 학술대회에 참여하는 연구자의 세부 연구 영역은 달라도, 디자인/기계공학/자동차공학/HCI 등 큰 틀에서는 학술대회의 학문분야는 유사합니다. 학술대회에서 연구자들과 교류를 통해 공동 연구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고, 여러분들의 연구에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학술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세요. 다른 연구자의 발표를 듣고 질문도 하며 비판적 사고를 키우면 좋겠습니다.
작성중입니다.....
HIDE Lab. 연구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디자인R&D정부과제를 바라보는 석ㆍ박사 연구원 여러분들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말할 것이 있어요.
우리 연구실은 주로 디자인R&D정부과제에서 연구비를 받아 여러분들의 인건비, 국내ㆍ외 학술대회 참가비, 등록비, 논문 등재 및 공모전 출품비, 연구 관련 도서 구매 등으로 사용합니다. 연구비는 정부의 세금을 재원으로 연구실에서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되며, 연구실에서 연초에 목표로 한 연구과제 R&R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하는 조건으로 지급됩니다. 연구비로 과제를 수행하고 이 과정을 통해 여러분들은 연구 역량을 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는 정부과제의 R&R과 본인의 관심 분야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관심 분야와 연구실 내 연구 및 업무가 일치하면 좋겠지만, 그런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다만 큰 틀에서 추구하는 방향만 일치한다면 수긍하며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여러분 스스로 원하는 연구를 위해서 외부 연구비를 수주하거나 연구실이나 연구비 없이 독립된 연구를 수행해야 합니다. 이는 대학원 석ㆍ박사 연구원으로서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주어진 연구과제의 R&R을 성실하게 수행한 후, 관심 분야의 연구를 이어나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분 중에서 성정기라는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성정기 디자이너는 본인이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고 전시를 열고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러나 본업은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디자인 작업을 하는 글로벌 디자인 회사의 디렉터입니다. 큰 틀에서는 보면 그는 디자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업의 방향은 맞지만, 꼭 결과물이 자신의 디자인 철학에 부합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는 업무 외 시간에 틈틈이 시간을 쪼개 개인적인 디자인 작업을 하고 전시회를 열고 사람들을 만나고 디자인을 소개합니다. 디자인 디렉터로서 그의 역할은 클라이언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며 시장 상황을 파악한 후 최선의 디자인 결과물을 내놓는 것입니다. 그 결과물에는 디렉터로서 자신의 노하우와 디자인 역량이 담기겠지만, 디렉터 개인의 디자인 선호와 욕구는 반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선호와 욕구를 반영하고 싶다면 우리는 예술가(예술가 같은 디자이너 또는 엔지니어 포함)가 되어야 합니다. 예술가와 연구원 여러분 모두 창의성이 중요하지만 이 둘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합니다. 연구원 여러분들은 예술가가 아니며, 어떤 어려운 문제가 주어지더라도 연구와 체득된 역량을 바탕으로 주어진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창의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한 '문제해결의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정부과제를 통하여 연습을 하면 좋겠습니다. "디자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창의적인 문제해결 전문가", "엔지니어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창의적인 문제해결 전문가"가 되길 바랍니다.
지금 현재 주어진 R&R을 바탕으로 조금씩 잔근육을 키워가면 좋겠습니다. 연구실 디자인R&D정부과제와 산업체과제 경험이 여러분들의 미래에 꿈을 펼칠 수 있는 초석이 되길 바랍니다. 부족하지만 저는 옆에서 여러분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 듣고 돕겠습니다.
제목: 대학원생들, 껍질 속에 있더라도 안주하지 마라.
이화여대 오욱환
대학원생은 껍질 속에 있더라도 안주하지 말고, 탈각과 비상을 위해 부단히 준비해야 한다. 배우는 처지에 있더라도 비굴해서는 안 된다. 가르치는 사람은 단지 먼저 배운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교수-학습 과정이 인간관계로 이루어진다고 학습과 사교를 혼동해서도 안 된다. 대학원 과정은 사교할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교수들에게 아부함으로써 그리고 교우들과의 친밀함을 통해서 학업 부담을 줄이려고 애쓰지 마라. 학업은 피하는 방법으로는 그 부담이 절대로 덜어지지 않는다. 학업 부담을 덜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학업을 그만 두는 것이다. 부담이 느껴질수록 제 자리에 있음을 의미한다. 학업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배움에 의미를 두지 않거나 배울 것이 없는 상태이므로 대학에 머물 이유가 없다. 학교는 지적 탐구에 도움을 주는 기관이며 지식과 기술을 나누어주는 보급소가 아니다.
열심히 공부해야 할 시기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시절과 중첩된다.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다면, 노는 것을 포기하고 어려움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려고 든다면, 자신이 선택하고 체결한 계약을 스스로 위반하는 꼴이다. 그렇지만, 대학원 과정에서도 놀 수 있다. 혼신을 다해 공부한 다음에 고밀도로 놀면, 논 것 같은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놀 수 있을 때 촌음을 아껴 본격적으로 강도 높게 놀아야 한다. 놀지 않고 공부만 하면, 미칠 수도 있다. 불확실한 미래,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학습량, 교수의 변덕 등에 대처하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다보면 미칠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이러한 난관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는 처지이니, 미치기 전에 가끔 미친 듯이 놀아야 한다. 세월을 보낸다고 논문이 결실되지 않는다. 논문 작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완제본을 제출할 때까지 중단 없이 밀어붙여야 한다. 적당히 하다가 그만두면,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전의 작업이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학위논문으로 학계를 놀라게 하려는 야망을 갖지 마라. 그런 주제가 있다면 지도교수가 먼저 시작했을 것이다. 학위논문은 체계적으로 완성한 습작으로도 충분하다. 야심작은 학위 취득 후에 시도하라. 오히려 학위를 취득한 후 빠른 시일 내에 다음 논문을 출간하는 데 힘쓰라.
학문 행위는 지극히 감성적이다. 책상에 앉게 하고 버티게 하는 에너지는 호기심, 열정, 집념에서뿐만 아니라 오기, 질투 등에서도 나온다. 후배가 학위를 취득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사례들을 목격하면, 책상에 앉아 버티게 되거나 책상을 버리게 된다. 학문의 탐구, 더 구체적으로 논문작성은 도사가 되기 위한 고고한 수련이 아니다. 일자리 시장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전공을 선택하거나 변경하지 마라. 일자리 상황은 거미줄처럼 출발점과 도착점이 다르다. 대학원에 지망할 때의 밝은 전망이 졸업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시세에 예민하지 말고 지적 호기심에 충실하라.
지적 단련과정이 엄격한 교수를 피하면서 학자가 되려고 기대하지 마라. 이상적 모형의 학자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찾고 일상적 모형은 관찰이 가능한 가까운 데서 구하라. 교수들의 속성에 따라서 연구, 수업, 품격, 지혜 등을 구분하여 배워라. 여러 가지 유형의 교수들이 있을 뿐,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교수는 없다. 존경을 예의나 에티켓과 혼돈하지 마라. 존경하지 않더라도 예의나 에티켓은 지켜야 한다. 대학사회에서 험담, 모함, 무례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부풀려져 돌아다닌다. 학생임을 직업으로 삼지 마라. 학생증은 면제나 유예의 혜택을 주기도 하지만 교·직원증이 아니다. 학위를 제 때에 취득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게으름으로 귀착된다. 그냥 두어도 빠질 머리털을 쥐어뜯는 사태를 맞지 말고 끈기 있게 공부하고 논문을 작성하라. 높이 그리고 훨훨 날기 위해서 대학원에 진학했다면, 껍질 속에 있더라도 안주하지 마라.
출처 : 이대학보(2010.11)
제목: 학문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젊은 학자들을 위하여
이화여대 오욱환
인생은 너무나 많은 우연들이 필연적인 조건으로 작용함으로써 다양해집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전공분야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생길로 접어든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을 겁니다. 전공이 같았던 동년배 학우들이 각기 다른 진로를 선택함으로써 흩어진 경험도 했을 겁니다. 같은 전공으로 함께 대학원에 진학했는데도 전공 내 하위영역에 따라, 그리고 지도교수의 성향과 영향력에 따라 상당히 다른 길로 접어들었을 겁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저는 한국교육학회나 분과학회에 정회원으로 또는 준회원으로 가입한 젊은 학자들에게 학자로서의 삶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몇가지 조언을 하고자 합니다. 이 조언은 철칙도 아니고 금언도 아닙니다. 학자로서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노하우라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읽기를 바랍니다. 이 조언은 제가 젊었을 때 듣고 싶었던 것들입니다. 젊은 교육학도였을 때, 저는 이러한 유형의 안내를 받지 못했습니다.
직업에 따라 상당히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직업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저는 직업을 생업(生業)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학문은 권력이나 재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학자로서의 성공은 학문적 업적으로만 판가름됩니다. 자신의 직업을 중시한다면, 그 직업을 소득원으로써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치로 받아들여야 맞습니다. 아래에 나열된 조언들은 제가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제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조언들은 제 자신에게도 적용됩니다.
•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일자리는 있다”고 확신하십시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은 구직난을 호소하지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구인난으로 애를 태웁니다. 신임교수채용에 응모한 학자들은 채용과정의 까다로움과 편견을 비판합니다만, 공채심사위원들은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해 안타까워합니다. 공정한 선발 과정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공정하게 진행되기를 기원하면서 요구한 조건을 충분히 갖추는 데에 더 힘쓰십시오.
• 학문에 몰입하는 학자들을 가까이 하십시오. 젊은 학자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모형이 되어줄 스승, 선배, 동료, 후배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를 때에는 따라해 보는 방법이 효율적입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스타일을 갖추면 됩니다. 학문에의 오리엔테이션을 누구로부터 받느냐에 따라 학자의 유형이 상당히 좌우됩니다. 학문을 직업으로 삼으려면, 반드시 학문에 혼신을 다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존경할 수 없는 학자들을 직면했을 경우에는, 부정적 기준으로 삼으십시오. 다시 말해서, 그 사람들과 다르기 위해 노력하면 정도(正道)로 갈 수 있습니다.
• 시․공간적으로 멀리 있는 위대한 학자보다 ‘자신보다 조금 더 나은, 그렇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모형으로 삼으십시오. 의식을 해야만 인식되는 사람은 일상적인 모형이 될 수 없습니다. 수시로 접하고 피할 수 없는 주변의 학자들 가운데에서 모형을 찾아야 합니다. 그 모형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될 때에는, 여러분이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그 때, 눈을 들어 조금 더 멀리 있는 모형 학자들을 찾으십시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분이 훌륭한 학자에 가까워집니다.
• 아직 학문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가능한 조속히 결정해야 합니다.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곧바로 이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학문은 적당히 해서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선택하지 않은 일에 매진할 리 없고, 매진하지 않는 일이 성공할 리 없습니다. 학계에서의 업적은 창조의 결과입니다. 적당히 공부하는 것은 게으름을 연습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게으른 학자는 학문적으로 성공할 수 없으며, 학계는 지적 업적을 촉구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도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읽고 쓰는 일보다 더 오래 할 수 있고 더 즐거운 일을 가진 사람은 학문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읽었는데도 이해되지 않아서 속이 상하고 글쓰기로 피를 말리는 사태는 학자들에게 예사로 일어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읽고 씁니다. 이 일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의미를 부여한 일은 어렵고 힘들수록 더 가치 있고 즐거울 수 있습니다. 읽고 쓰는 일을 피하려고 하면서도 그 일에 다가간다면, 학자로서 적합합니다.
• 학문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다면, 대인관계를 줄여야 합니다. 학문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학문에 투입하는 시간은 다른 업무에 할당하는 시간과 영합(zero sum)관계에 있습니다. 학문을 위한 시간을 늘리려면 반드시 다른 일들을 줄여야 합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대인관계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부가 보험설계사의 전화번호부처럼 다양하고 많은 인명들로 채워져 있다면, 학문하는 시간을 늘릴 수 없습니다. 물론 대인관계도 사회생활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학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학문을 직업으로 선택하면 불행해집니다.
• 학문 외적 업무에 동원될 때에는 맡겨진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일에 헌신하지는 마십시오. 젊은 학자들은 어디에서 근무하든 여러 가지 업무―흔히 잡무로 불리는 일―에 동원됩니다. 선택할 수 있을 때에는 이러한 일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는 선택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마련입니다. 그 일을 부탁한 사람들은 젊은 학자들보다 직위가 높고 영향력이 더 큽니다. 그리고 그들은 젊은 학자들이 일하는 자세를 눈여겨봅니다. 잡무를 부탁하는 사람들은 젊은 학자들에게 평생 직업을 제공하거나 추천하거나 소개하는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하기 싫지만 피할 수 없을 때에는 성실해야 합니다.
• 시작하는 절차를 생략하십시오. 논문을 쓸 때 가장 힘든 시기는 시작할 때입니다. 시작하지 않으면, 결과가 나올 리 없습니다. 우리는 그냥 하면 될 일을 시작하는 절차에 구태여 의미를 부여하고 길일(吉日)이나 적일(的日)을 찾다가 실기(失機)합니다. 신학기에, 방학과 함께, 이 과제가 끝나면 시작하려니까 당연히 신학기까지, 방학할 때까지, 과제가 끝날 때까지 미루게 되고 정작 그 때가 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새로운 변명꺼리를 만들어 미루게 됩니다. “게으른 사람은 재치 있게 대답하는 사람 일곱보다 자기가 더 지혜롭다고 생각한”답니다(성경 잠언 27:16). 논문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즉시 그리고 거침없이 많이 기록해두어야 합니다. 적기를 기다리다가는 아이디어를 놓칩니다. 사라진 아이디어는 천금을 주어도 되찾을 수 없습니다.
• 표절은 학자에게 치명적인 오명이 됩니다. 표절은 의식적으로도 그리고 무의식적으로도 일어납니다. 표절에의 유혹은 게으름과 안일함에서 시작됩니다. 표절을 알고 할 때에는 자신에게 관대하고 유리한 변명이 충분히 만들어집니다. 표절하지 않으려면 자신에게 엄격해야 합니다. 모르고 표절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발표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글쓰기에 엄격한 사람들을 가까이 해야 하고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발표된 후에 표절로 밝혀지면, 감당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 시간과 돈을 어디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도서구입에 인색하고 음주나 명품구매에 거침없다면 학자로서 문제가 있습니다. 읽을 책이 없으면 읽어야 할 이유까지도 사라집니다. 책을 구입하고 자료를 복사하는 데 주저하지 마십시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면 구입해야 합니다. 꼭 필요한지를 따지는 것은 책을 사지 않으려는 이유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그 문헌들을 읽거나 가까이 두고 보아야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됩니다.
• 새 책을 구입했을 때나 새 논문을 복사했을 때에는 즉시 첫 장을 읽어두십시오. 그러면 책과 논문이 생경스럽지 않게 됩니다. 다음에 읽을 때에는, 시작하는 기분이 적게 들어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구입한 책과 복사한 논문을 도서관 자료처럼 대하지 마십시오. 읽은 부분에 흔적을 많이 남겨두십시오.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반론이 생각나면, 그 쪽의 여백에 적어두십시오. 그것이 저자와의 토론입니다. 그 토론은 자신이 쓸 글의 쏘시개가 됩니다.
• 학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십시오. 학회의 주체로서 활동하고 손님처럼 처신하지 마십시오. 학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긍정적 모형들과 부정적 모형들을 많이 접해보십시오. 좋은 발표들로 모범 사례들을 만들어가고 실망스러운 발표들을 들을 때에는 그 이유들을 분석해보십시오. 학회에 가면 학문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학회에 가면 필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성적 자극도 받을 수 있습니다.
• 지도교수나 선배가 여러분의 인생을 결정해주지 않음을 명심하십시오. 학위논문을 작성할 때 지도교수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배의 조언은 학위논문을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그들의 지도와 도움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그들에게 종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홀로서기가 시련이듯이, 학자로서의 독립도 어렵습니다. 은사나 선배에의 종속은 그들의 요구 때문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젊은 학자들이 스스로 안주하려는 자세 때문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 걸작(傑作)이나 대작(大作)보다 습작(習作)에 충실하십시오. 논문을 쓰지 못하는 학자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걸작에 대한 집착입니다. 이들은 다른 학자들의 논문들을 시시하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하찮게 평가한 논문들과 비슷한 수준의 논문을 쓰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논문을 쓰는 데 엄청난 압박을 느낍니다. 걸작에 대한 소망은 학자로서 당연히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걸작은 쉽게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걸작을 지향한 논문이라고 해서 걸작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논문을 쓸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그 논문들이 쌓여지면서 걸작과 대작이 가능해질 뿐입니다.
• 학자의 길을 선택한 후에는 곧바로 연구업적에 대한 압박이 시작됩니다. 교수직을 구하려면 반드시 연구업적을 충분히 갖추어야 합니다. 많은 대학에서 연구보고서는 연구업적으로 평가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저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번역서에 대한 평가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낮습니다. 번역보다 창작에 몰두하십시오. 번역은 손쉬워 보이지만 아주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생색도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역했을 경우에는 지적 능력을 크게 의심받습니다.
• 학자가 되고 난 후에는 저서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압박도 만만치 않습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러 책을 찾을 때 다른 학자들이 쓴 책들만 보이면 상당히 우울해집니다. 여기에 더하여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동료들이 교과서와 전공서를 출판할 때에는 뒤처지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학자들이 젊었을 때부터 교과서 집필을 서두릅니다. 교과서 집필은 생각과는 다르게 아주 어렵습니다. 교과서에 담길 내용은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쓸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논문과는 다르게, 교과서 집필은 다른 학자들도 알고 있는 내용들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구성하는 작업이어서 표절의 가능성도 아주 높고, 오류가 있을 경우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학자로서 최소 10년은 지난 후에 교과서 집필을 고려하십시오.
• 학회에 투고한 논문이 게재되지 않더라도 속상해 하지 마십시오. 학회에서 발행되는 정기학술지에의 게재 가능성은 50퍼센트 수준입니다. 까다로운 학술지의 탈락률은 60퍼센트를 넘습니다. 그리고 학계의 초보인 여러분이 중견․원로 학자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할 리도 없지 않습니까? 아이디어를 짜내어 논문을 작성한 후 발송했더니 투고양식에 맞지 않는다고 퇴짜를 맞거나,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게재불가 판정을 한 심사평을 받을 수도 있으며, 최신 문헌과 자료를 사용했는데 이에 대해 문외한인 심사자를 만나 거부될 수도 있습니다. 게재불가를 받은 자신의 논문보다 훨씬 못한 논문들이 게재되는 난감한 경우도 겪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을 투고해야 합니다. 학회에 투고하기 전에 학회 편집위원회보다 더 까다로운 사람들로부터 예비 심사를 받기를 권합니다.
• 학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학문 활동을 쉽게 생각합니다. “앉아서 책만 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문은 소일거리처럼 책만 보는 일이 아닙니다. 논문작성은 피를 말리는 작업입니다. 이 일을 오랫동안 해 온 저도 논문을 작성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논문은 다른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글이 아닙니다. 인문사회계에는 깜짝 놀랄 일이 많지 않습니다. 논문의 주제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 찾아야 합니다. 논문은 새로운 것을 밝히는 작업이라는 점에 집착함으로써 낯선 분야에서 주제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 논문을 쓰려면 책상에 붙어 있어야 합니다. 논문의 아이디어는 직감(hunch)에서 나올지 몰라도 논문 글쓰기는 분명히 인내를 요구하는 노역입니다. 책상에 붙어 있으려면 책상에 소일거리를 준비해 두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십시오. 컴퓨터는 최상의 제품을 구비하십시오. 프린터는 빨리 인쇄되는 제품을 구비하고 자주 인쇄하십시오. 퇴고는 반드시 모니터보다는 인쇄물로 하십시오. 퇴고할 때에는 다른 사람의 논문을 심사하듯 비판적으로 살펴보십시오. 논문의 초고를 작성했을 때쯤이면 내용을 거의 외우게 됩니다. 그래서 오류를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아무리 세심하게 작성하더라도 초고에는 오류가 아주 많습니다. 이 오류들을 잡아내려면 그 논문을 남의 논문처럼 따져가며 읽어야 합니다. 앞에서부터도 읽고, 뒤에서부터도 읽어야 하며, 중간부터도 읽어야 할 뿐만 아니라 오래 묵혔다가 다시 읽어보기도 해야 합니다. 자신이 쓴 글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방법은 모두 동원하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유는 학회에 투고했을 때 심사위원들이 남의 글을 비판하듯 읽기 때문입니다. 논문심사자들은 심사대상 논문에 대해 호의적이 아닙니다. 이들은 익명이기 때문에 객관적이며 탈락률을 높여달라는 요구를 받을 때에는 아주 냉정해집니다.
• 학자의 길을 선택한 후에는 반드시 지적 업적을 갖추어야 합니다. 연구업적이 부족하면, 학계에서 설 땅이 별로 없습니다. 부족한 연구업적을 다른 것들로 보완하는 일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떳떳하지도 않습니다. 쫓기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우울해집니다. 자신의 전공영역에서 발간되는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들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관심이 끌리는 논문들은 복사하여 가까운 데 두십시오. 그 논문들을 끈기 있게 파고들면, 여러분이 써야 할 글의 주제와 소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젊은 학자들이 학자로서의 일상을 즐거워하기를 기원합니다. 여러 가지 학술모임에서 이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들의 즐거움과 행복으로 한국의 학문이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출처: 한국교육학회 뉴스레터 260호(2009.9)
여러분들의 대학원 생활에 보탬이 되고자 짧은 글을 씁니다. 특히, 연구보다는 학부 졸업 후 더 나은 직장에 취직, 또는 이직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일제(Full-time)로 IDAS 또는 일반대학원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당부합니다. 그리고 이 글이 "대학원에 진학하면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에 대한 여러분들의 고민에 대한 방향성과 함께 동기부여가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성실함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학원을 지렛대 삼아 원하는 기업에 취직하고 싶다면, 성실함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회사는 "뽑을 인재가 없다"며 구인난을 탓하고, 지원자는 "갈만한 회사가 없다'며 구직난을 호소합니다. 소수의 자리를 두고 다수가 경쟁하는 환경에서 선호하는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성실함과 노력을 증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남들보다 성실하고 뛰어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성실함과 치열한 노력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과제 및 프로젝트 참여, 공모전 수상, 논문 등재, 학술 대회 발표, 특허, 프리젠테이션 및 외국어 능력 등을 갖추길 바랍니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의 힘을 믿으세요.
인성과 관계도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성실함과 노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 전에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은 '인성과 사람 사이의 원만한 관계'입니다. 회사에 입사하면 대부분의 일은 동료와 함께 하거나 외부와 협업이 필요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디자이너나 엔지니어라면 이 둘 사이는 필연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으며, 더욱이 여러분들이 선호하는 회사는 업무 분장이 명확하고 고도화된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으며 협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맺는 연습을 대학원에서 팀 작업을 통해 경험하길 바랍니다. IDAS 대학원의 특성 상 프로젝트 기반 수업이 많은데, 일부 팀원의 참여가 저조하고 성실하지 못하다고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그런 팀원으로 인해 나의 역할과 책임이 커진 것을 기쁘게 받아들임과 동시에 자신을 성장 시키는 계기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해당 팀원을 나를 성장 시켜주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세요. 남 탓을 하며 내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를 변화 시키세요. 디자인 분야의 학업을 위해 IDAS에 진학했다면, 국내에서는 최상의 환경임을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IDAS는 홍대앞이라는 문화적인 혜택과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의 산학연구, 잘 갖춰진 교환학생 제도, 장학금, 글로벌 수준의 교수진 등 우수한 학업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업은 여러분들의 현재와 잠재력을 동시에 봅니다. 디자인 전공자인 학생의 경우 디자인을 잘하고, 엔지니어링을
(내용 작성 中......)
자기개발VS자기계발, 직장인VS직업인......작성 중
학술대회에 참석하는 연구원들에게 당부합니다. 학술대회에 가면 다음의 몇 가지를 생각해주세요.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기회로 생각하세요. 연구실은 지도교수님의 학문영역 내에서 한정된 연구가 이뤄지는 곳입니다. 연구실을 떠나 다른 연구자의 다양한 연구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외부 자극을 받기 바랍니다. 특히, 본인의 관심 분야의 발표를 챙겨서 들으면 좋겠습니다.
네트워크의 장소로 활용하세요. 학술대회에 참여하는 연구자의 세부 연구 영역은 달라도, 디자인/기계공학/자동차공학/HCI 등 큰 틀에서는 학술대회의 학문분야는 유사합니다. 학술대회에서 연구자들과 교류를 통해 공동 연구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고, 여러분들의 연구에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학술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세요. 다른 연구자의 발표를 듣고 질문도 하며 비판적 사고를 키우면 좋겠습니다.
작성중입니다.....
HIDE Lab. 연구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디자인R&D정부과제를 바라보는 석ㆍ박사 연구원 여러분들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말할 것이 있어요.
우리 연구실은 주로 디자인R&D정부과제에서 연구비를 받아 여러분들의 인건비, 국내ㆍ외 학술대회 참가비, 등록비, 논문 등재 및 공모전 출품비, 연구 관련 도서 구매 등으로 사용합니다. 연구비는 정부의 세금을 재원으로 연구실에서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되며, 연구실에서 연초에 목표로 한 연구과제 R&R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하는 조건으로 지급됩니다. 연구비로 과제를 수행하고 이 과정을 통해 여러분들은 연구 역량을 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는 정부과제의 R&R과 본인의 관심 분야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관심 분야와 연구실 내 연구 및 업무가 일치하면 좋겠지만, 그런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다만 큰 틀에서 추구하는 방향만 일치한다면 수긍하며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여러분 스스로 원하는 연구를 위해서 외부 연구비를 수주하거나 연구실이나 연구비 없이 독립된 연구를 수행해야 합니다. 이는 대학원 석ㆍ박사 연구원으로서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주어진 연구과제의 R&R을 성실하게 수행한 후, 관심 분야의 연구를 이어나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분 중에서 성정기라는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성정기 디자이너는 본인이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고 전시를 열고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러나 본업은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디자인 작업을 하는 글로벌 디자인 회사의 디렉터입니다. 큰 틀에서는 보면 그는 디자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업의 방향은 맞지만, 꼭 결과물이 자신의 디자인 철학에 부합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는 업무 외 시간에 틈틈이 시간을 쪼개 개인적인 디자인 작업을 하고 전시회를 열고 사람들을 만나고 디자인을 소개합니다. 디자인 디렉터로서 그의 역할은 클라이언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며 시장 상황을 파악한 후 최선의 디자인 결과물을 내놓는 것입니다. 그 결과물에는 디렉터로서 자신의 노하우와 디자인 역량이 담기겠지만, 디렉터 개인의 디자인 선호와 욕구는 반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선호와 욕구를 반영하고 싶다면 우리는 예술가(예술가 같은 디자이너 또는 엔지니어 포함)가 되어야 합니다. 예술가와 연구원 여러분 모두 창의성이 중요하지만 이 둘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합니다. 연구원 여러분들은 예술가가 아니며, 어떤 어려운 문제가 주어지더라도 연구와 체득된 역량을 바탕으로 주어진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창의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한 '문제해결의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정부과제를 통하여 연습을 하면 좋겠습니다. "디자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창의적인 문제해결 전문가", "엔지니어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창의적인 문제해결 전문가"가 되길 바랍니다.
지금 현재 주어진 R&R을 바탕으로 조금씩 잔근육을 키워가면 좋겠습니다. 연구실 디자인R&D정부과제와 산업체과제 경험이 여러분들의 미래에 꿈을 펼칠 수 있는 초석이 되길 바랍니다. 부족하지만 저는 옆에서 여러분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 듣고 돕겠습니다.
제목: 대학원생들, 껍질 속에 있더라도 안주하지 마라.
이화여대 오욱환
대학원생은 껍질 속에 있더라도 안주하지 말고, 탈각과 비상을 위해 부단히 준비해야 한다. 배우는 처지에 있더라도 비굴해서는 안 된다. 가르치는 사람은 단지 먼저 배운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교수-학습 과정이 인간관계로 이루어진다고 학습과 사교를 혼동해서도 안 된다. 대학원 과정은 사교할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교수들에게 아부함으로써 그리고 교우들과의 친밀함을 통해서 학업 부담을 줄이려고 애쓰지 마라. 학업은 피하는 방법으로는 그 부담이 절대로 덜어지지 않는다. 학업 부담을 덜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학업을 그만 두는 것이다. 부담이 느껴질수록 제 자리에 있음을 의미한다. 학업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배움에 의미를 두지 않거나 배울 것이 없는 상태이므로 대학에 머물 이유가 없다. 학교는 지적 탐구에 도움을 주는 기관이며 지식과 기술을 나누어주는 보급소가 아니다.
열심히 공부해야 할 시기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시절과 중첩된다.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다면, 노는 것을 포기하고 어려움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려고 든다면, 자신이 선택하고 체결한 계약을 스스로 위반하는 꼴이다. 그렇지만, 대학원 과정에서도 놀 수 있다. 혼신을 다해 공부한 다음에 고밀도로 놀면, 논 것 같은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놀 수 있을 때 촌음을 아껴 본격적으로 강도 높게 놀아야 한다. 놀지 않고 공부만 하면, 미칠 수도 있다. 불확실한 미래,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학습량, 교수의 변덕 등에 대처하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다보면 미칠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이러한 난관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는 처지이니, 미치기 전에 가끔 미친 듯이 놀아야 한다. 세월을 보낸다고 논문이 결실되지 않는다. 논문 작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완제본을 제출할 때까지 중단 없이 밀어붙여야 한다. 적당히 하다가 그만두면,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전의 작업이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학위논문으로 학계를 놀라게 하려는 야망을 갖지 마라. 그런 주제가 있다면 지도교수가 먼저 시작했을 것이다. 학위논문은 체계적으로 완성한 습작으로도 충분하다. 야심작은 학위 취득 후에 시도하라. 오히려 학위를 취득한 후 빠른 시일 내에 다음 논문을 출간하는 데 힘쓰라.
학문 행위는 지극히 감성적이다. 책상에 앉게 하고 버티게 하는 에너지는 호기심, 열정, 집념에서뿐만 아니라 오기, 질투 등에서도 나온다. 후배가 학위를 취득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사례들을 목격하면, 책상에 앉아 버티게 되거나 책상을 버리게 된다. 학문의 탐구, 더 구체적으로 논문작성은 도사가 되기 위한 고고한 수련이 아니다. 일자리 시장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전공을 선택하거나 변경하지 마라. 일자리 상황은 거미줄처럼 출발점과 도착점이 다르다. 대학원에 지망할 때의 밝은 전망이 졸업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시세에 예민하지 말고 지적 호기심에 충실하라.
지적 단련과정이 엄격한 교수를 피하면서 학자가 되려고 기대하지 마라. 이상적 모형의 학자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찾고 일상적 모형은 관찰이 가능한 가까운 데서 구하라. 교수들의 속성에 따라서 연구, 수업, 품격, 지혜 등을 구분하여 배워라. 여러 가지 유형의 교수들이 있을 뿐,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교수는 없다. 존경을 예의나 에티켓과 혼돈하지 마라. 존경하지 않더라도 예의나 에티켓은 지켜야 한다. 대학사회에서 험담, 모함, 무례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부풀려져 돌아다닌다. 학생임을 직업으로 삼지 마라. 학생증은 면제나 유예의 혜택을 주기도 하지만 교·직원증이 아니다. 학위를 제 때에 취득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게으름으로 귀착된다. 그냥 두어도 빠질 머리털을 쥐어뜯는 사태를 맞지 말고 끈기 있게 공부하고 논문을 작성하라. 높이 그리고 훨훨 날기 위해서 대학원에 진학했다면, 껍질 속에 있더라도 안주하지 마라.
출처 : 이대학보(2010.11)
제목: 학문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젊은 학자들을 위하여
이화여대 오욱환
인생은 너무나 많은 우연들이 필연적인 조건으로 작용함으로써 다양해집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전공분야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생길로 접어든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을 겁니다. 전공이 같았던 동년배 학우들이 각기 다른 진로를 선택함으로써 흩어진 경험도 했을 겁니다. 같은 전공으로 함께 대학원에 진학했는데도 전공 내 하위영역에 따라, 그리고 지도교수의 성향과 영향력에 따라 상당히 다른 길로 접어들었을 겁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저는 한국교육학회나 분과학회에 정회원으로 또는 준회원으로 가입한 젊은 학자들에게 학자로서의 삶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몇가지 조언을 하고자 합니다. 이 조언은 철칙도 아니고 금언도 아닙니다. 학자로서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노하우라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읽기를 바랍니다. 이 조언은 제가 젊었을 때 듣고 싶었던 것들입니다. 젊은 교육학도였을 때, 저는 이러한 유형의 안내를 받지 못했습니다.
직업에 따라 상당히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직업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저는 직업을 생업(生業)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학문은 권력이나 재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학자로서의 성공은 학문적 업적으로만 판가름됩니다. 자신의 직업을 중시한다면, 그 직업을 소득원으로써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치로 받아들여야 맞습니다. 아래에 나열된 조언들은 제가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제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조언들은 제 자신에게도 적용됩니다.
•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일자리는 있다”고 확신하십시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은 구직난을 호소하지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구인난으로 애를 태웁니다. 신임교수채용에 응모한 학자들은 채용과정의 까다로움과 편견을 비판합니다만, 공채심사위원들은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해 안타까워합니다. 공정한 선발 과정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공정하게 진행되기를 기원하면서 요구한 조건을 충분히 갖추는 데에 더 힘쓰십시오.
• 학문에 몰입하는 학자들을 가까이 하십시오. 젊은 학자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모형이 되어줄 스승, 선배, 동료, 후배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를 때에는 따라해 보는 방법이 효율적입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스타일을 갖추면 됩니다. 학문에의 오리엔테이션을 누구로부터 받느냐에 따라 학자의 유형이 상당히 좌우됩니다. 학문을 직업으로 삼으려면, 반드시 학문에 혼신을 다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존경할 수 없는 학자들을 직면했을 경우에는, 부정적 기준으로 삼으십시오. 다시 말해서, 그 사람들과 다르기 위해 노력하면 정도(正道)로 갈 수 있습니다.
• 시․공간적으로 멀리 있는 위대한 학자보다 ‘자신보다 조금 더 나은, 그렇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모형으로 삼으십시오. 의식을 해야만 인식되는 사람은 일상적인 모형이 될 수 없습니다. 수시로 접하고 피할 수 없는 주변의 학자들 가운데에서 모형을 찾아야 합니다. 그 모형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될 때에는, 여러분이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그 때, 눈을 들어 조금 더 멀리 있는 모형 학자들을 찾으십시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분이 훌륭한 학자에 가까워집니다.
• 아직 학문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가능한 조속히 결정해야 합니다.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곧바로 이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학문은 적당히 해서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선택하지 않은 일에 매진할 리 없고, 매진하지 않는 일이 성공할 리 없습니다. 학계에서의 업적은 창조의 결과입니다. 적당히 공부하는 것은 게으름을 연습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게으른 학자는 학문적으로 성공할 수 없으며, 학계는 지적 업적을 촉구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도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읽고 쓰는 일보다 더 오래 할 수 있고 더 즐거운 일을 가진 사람은 학문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읽었는데도 이해되지 않아서 속이 상하고 글쓰기로 피를 말리는 사태는 학자들에게 예사로 일어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읽고 씁니다. 이 일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의미를 부여한 일은 어렵고 힘들수록 더 가치 있고 즐거울 수 있습니다. 읽고 쓰는 일을 피하려고 하면서도 그 일에 다가간다면, 학자로서 적합합니다.
• 학문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다면, 대인관계를 줄여야 합니다. 학문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학문에 투입하는 시간은 다른 업무에 할당하는 시간과 영합(zero sum)관계에 있습니다. 학문을 위한 시간을 늘리려면 반드시 다른 일들을 줄여야 합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대인관계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부가 보험설계사의 전화번호부처럼 다양하고 많은 인명들로 채워져 있다면, 학문하는 시간을 늘릴 수 없습니다. 물론 대인관계도 사회생활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학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학문을 직업으로 선택하면 불행해집니다.
• 학문 외적 업무에 동원될 때에는 맡겨진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일에 헌신하지는 마십시오. 젊은 학자들은 어디에서 근무하든 여러 가지 업무―흔히 잡무로 불리는 일―에 동원됩니다. 선택할 수 있을 때에는 이러한 일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는 선택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마련입니다. 그 일을 부탁한 사람들은 젊은 학자들보다 직위가 높고 영향력이 더 큽니다. 그리고 그들은 젊은 학자들이 일하는 자세를 눈여겨봅니다. 잡무를 부탁하는 사람들은 젊은 학자들에게 평생 직업을 제공하거나 추천하거나 소개하는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하기 싫지만 피할 수 없을 때에는 성실해야 합니다.
• 시작하는 절차를 생략하십시오. 논문을 쓸 때 가장 힘든 시기는 시작할 때입니다. 시작하지 않으면, 결과가 나올 리 없습니다. 우리는 그냥 하면 될 일을 시작하는 절차에 구태여 의미를 부여하고 길일(吉日)이나 적일(的日)을 찾다가 실기(失機)합니다. 신학기에, 방학과 함께, 이 과제가 끝나면 시작하려니까 당연히 신학기까지, 방학할 때까지, 과제가 끝날 때까지 미루게 되고 정작 그 때가 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새로운 변명꺼리를 만들어 미루게 됩니다. “게으른 사람은 재치 있게 대답하는 사람 일곱보다 자기가 더 지혜롭다고 생각한”답니다(성경 잠언 27:16). 논문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즉시 그리고 거침없이 많이 기록해두어야 합니다. 적기를 기다리다가는 아이디어를 놓칩니다. 사라진 아이디어는 천금을 주어도 되찾을 수 없습니다.
• 표절은 학자에게 치명적인 오명이 됩니다. 표절은 의식적으로도 그리고 무의식적으로도 일어납니다. 표절에의 유혹은 게으름과 안일함에서 시작됩니다. 표절을 알고 할 때에는 자신에게 관대하고 유리한 변명이 충분히 만들어집니다. 표절하지 않으려면 자신에게 엄격해야 합니다. 모르고 표절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발표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글쓰기에 엄격한 사람들을 가까이 해야 하고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발표된 후에 표절로 밝혀지면, 감당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 시간과 돈을 어디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도서구입에 인색하고 음주나 명품구매에 거침없다면 학자로서 문제가 있습니다. 읽을 책이 없으면 읽어야 할 이유까지도 사라집니다. 책을 구입하고 자료를 복사하는 데 주저하지 마십시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면 구입해야 합니다. 꼭 필요한지를 따지는 것은 책을 사지 않으려는 이유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그 문헌들을 읽거나 가까이 두고 보아야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됩니다.
• 새 책을 구입했을 때나 새 논문을 복사했을 때에는 즉시 첫 장을 읽어두십시오. 그러면 책과 논문이 생경스럽지 않게 됩니다. 다음에 읽을 때에는, 시작하는 기분이 적게 들어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구입한 책과 복사한 논문을 도서관 자료처럼 대하지 마십시오. 읽은 부분에 흔적을 많이 남겨두십시오.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반론이 생각나면, 그 쪽의 여백에 적어두십시오. 그것이 저자와의 토론입니다. 그 토론은 자신이 쓸 글의 쏘시개가 됩니다.
• 학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십시오. 학회의 주체로서 활동하고 손님처럼 처신하지 마십시오. 학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긍정적 모형들과 부정적 모형들을 많이 접해보십시오. 좋은 발표들로 모범 사례들을 만들어가고 실망스러운 발표들을 들을 때에는 그 이유들을 분석해보십시오. 학회에 가면 학문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학회에 가면 필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성적 자극도 받을 수 있습니다.
• 지도교수나 선배가 여러분의 인생을 결정해주지 않음을 명심하십시오. 학위논문을 작성할 때 지도교수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배의 조언은 학위논문을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그들의 지도와 도움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그들에게 종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홀로서기가 시련이듯이, 학자로서의 독립도 어렵습니다. 은사나 선배에의 종속은 그들의 요구 때문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젊은 학자들이 스스로 안주하려는 자세 때문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 걸작(傑作)이나 대작(大作)보다 습작(習作)에 충실하십시오. 논문을 쓰지 못하는 학자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걸작에 대한 집착입니다. 이들은 다른 학자들의 논문들을 시시하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하찮게 평가한 논문들과 비슷한 수준의 논문을 쓰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논문을 쓰는 데 엄청난 압박을 느낍니다. 걸작에 대한 소망은 학자로서 당연히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걸작은 쉽게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걸작을 지향한 논문이라고 해서 걸작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논문을 쓸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그 논문들이 쌓여지면서 걸작과 대작이 가능해질 뿐입니다.
• 학자의 길을 선택한 후에는 곧바로 연구업적에 대한 압박이 시작됩니다. 교수직을 구하려면 반드시 연구업적을 충분히 갖추어야 합니다. 많은 대학에서 연구보고서는 연구업적으로 평가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저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번역서에 대한 평가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낮습니다. 번역보다 창작에 몰두하십시오. 번역은 손쉬워 보이지만 아주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생색도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역했을 경우에는 지적 능력을 크게 의심받습니다.
• 학자가 되고 난 후에는 저서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압박도 만만치 않습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러 책을 찾을 때 다른 학자들이 쓴 책들만 보이면 상당히 우울해집니다. 여기에 더하여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동료들이 교과서와 전공서를 출판할 때에는 뒤처지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학자들이 젊었을 때부터 교과서 집필을 서두릅니다. 교과서 집필은 생각과는 다르게 아주 어렵습니다. 교과서에 담길 내용은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쓸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논문과는 다르게, 교과서 집필은 다른 학자들도 알고 있는 내용들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구성하는 작업이어서 표절의 가능성도 아주 높고, 오류가 있을 경우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학자로서 최소 10년은 지난 후에 교과서 집필을 고려하십시오.
• 학회에 투고한 논문이 게재되지 않더라도 속상해 하지 마십시오. 학회에서 발행되는 정기학술지에의 게재 가능성은 50퍼센트 수준입니다. 까다로운 학술지의 탈락률은 60퍼센트를 넘습니다. 그리고 학계의 초보인 여러분이 중견․원로 학자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할 리도 없지 않습니까? 아이디어를 짜내어 논문을 작성한 후 발송했더니 투고양식에 맞지 않는다고 퇴짜를 맞거나,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게재불가 판정을 한 심사평을 받을 수도 있으며, 최신 문헌과 자료를 사용했는데 이에 대해 문외한인 심사자를 만나 거부될 수도 있습니다. 게재불가를 받은 자신의 논문보다 훨씬 못한 논문들이 게재되는 난감한 경우도 겪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을 투고해야 합니다. 학회에 투고하기 전에 학회 편집위원회보다 더 까다로운 사람들로부터 예비 심사를 받기를 권합니다.
• 학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학문 활동을 쉽게 생각합니다. “앉아서 책만 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문은 소일거리처럼 책만 보는 일이 아닙니다. 논문작성은 피를 말리는 작업입니다. 이 일을 오랫동안 해 온 저도 논문을 작성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논문은 다른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글이 아닙니다. 인문사회계에는 깜짝 놀랄 일이 많지 않습니다. 논문의 주제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 찾아야 합니다. 논문은 새로운 것을 밝히는 작업이라는 점에 집착함으로써 낯선 분야에서 주제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 논문을 쓰려면 책상에 붙어 있어야 합니다. 논문의 아이디어는 직감(hunch)에서 나올지 몰라도 논문 글쓰기는 분명히 인내를 요구하는 노역입니다. 책상에 붙어 있으려면 책상에 소일거리를 준비해 두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십시오. 컴퓨터는 최상의 제품을 구비하십시오. 프린터는 빨리 인쇄되는 제품을 구비하고 자주 인쇄하십시오. 퇴고는 반드시 모니터보다는 인쇄물로 하십시오. 퇴고할 때에는 다른 사람의 논문을 심사하듯 비판적으로 살펴보십시오. 논문의 초고를 작성했을 때쯤이면 내용을 거의 외우게 됩니다. 그래서 오류를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아무리 세심하게 작성하더라도 초고에는 오류가 아주 많습니다. 이 오류들을 잡아내려면 그 논문을 남의 논문처럼 따져가며 읽어야 합니다. 앞에서부터도 읽고, 뒤에서부터도 읽어야 하며, 중간부터도 읽어야 할 뿐만 아니라 오래 묵혔다가 다시 읽어보기도 해야 합니다. 자신이 쓴 글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방법은 모두 동원하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유는 학회에 투고했을 때 심사위원들이 남의 글을 비판하듯 읽기 때문입니다. 논문심사자들은 심사대상 논문에 대해 호의적이 아닙니다. 이들은 익명이기 때문에 객관적이며 탈락률을 높여달라는 요구를 받을 때에는 아주 냉정해집니다.
• 학자의 길을 선택한 후에는 반드시 지적 업적을 갖추어야 합니다. 연구업적이 부족하면, 학계에서 설 땅이 별로 없습니다. 부족한 연구업적을 다른 것들로 보완하는 일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떳떳하지도 않습니다. 쫓기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우울해집니다. 자신의 전공영역에서 발간되는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들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관심이 끌리는 논문들은 복사하여 가까운 데 두십시오. 그 논문들을 끈기 있게 파고들면, 여러분이 써야 할 글의 주제와 소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젊은 학자들이 학자로서의 일상을 즐거워하기를 기원합니다. 여러 가지 학술모임에서 이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들의 즐거움과 행복으로 한국의 학문이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출처: 한국교육학회 뉴스레터 260호(20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