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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일제(Part-time/산업체 재직자)로 입학한 대학원생 여러분, 이 글이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는 여러분에게 새로운 관점과 동기 부여가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이미 산업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실무자이며, 바쁜 일정 속에서도 스스로의 성장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 분들입니다. 이 선택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그 자체로 이미 큰 용기와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이러한 결단을 진심으로 존중하며, 앞으로의 시간이 더욱 의미 있게 채워지길 바랍니다.
첫째, 일과 학업의 균형을 스스로 설계해야 합니다.
비전일제 대학원의 가장 큰 도전은 시간 관리입니다. 업무, 가족, 개인 생활, 학업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무너지지 않도록 스스로의 일정을 치밀하게 조율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버티기 위한 생존”이 아니라, 실무와 학문을 연결해 스스로의 전문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업무에 적용해보고, 현장에서의 문제의식을 연구 주제로 발전시키는 방식은 비전일제 학생들만이 누릴 수 있는 강점입니다. 학업에서의 배움이 곧바로 실무의 통찰로 이어지고, 실무의 경험이 다시 학문적 사고를 자극하는 선순환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 배움의 주도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전일제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비전일제 학생들은 물리적으로 학교를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것만 소화하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대학원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충분히 누리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찾아 나서고,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해서 강의를 듣고, 교수와 동료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관련 자료를 탐색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과제만 수행하며 학기를 겨우 넘기는 방식을 선택한다면, 여러분이 투자한 시간과 등록금, 에너지는 제대로 보상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제한된 시간을 전제로 더 치밀하게 계획하고, “짧게, 그러나 깊게” 몰입하는 태도를 가진다면 비전일제 대학원 과정은 직장인으로서 여러분의 가치를 크게 확장시켜 줄 것입니다.
셋째, 산업체 재직자만이 가진 경험은 논문과 연구의 핵심 자원이 됩니다.
비전일제 대학원생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기회는 “현장에서의 문제의식”을 그대로 연구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무를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은 이론과 현실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데에 시간이 더 걸리지만, 여러분은 이미 산업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실무자입니다. 여러분이 가진 프로젝트 경험, 실패와 시행착오, 조직과 사용자에 대한 이해는 논문의 중요한 재료가 됩니다. 연구 주제를 선택할 때, 실제 업무에서 느꼈던 불편함, 계속 마음에 남는 의문점,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지점을 중심으로 고민해 본다면,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연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면 ‘논문’이라는 형식의 글을 쓸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현업에서는 매일매일 쏟아지는 업무를 처리하기에 바쁘고, 보고서나 PT 자료는 작성하더라도 자신의 생각과 디자인 사상을 긴 호흡의 논리적인 텍스트로 정리해 볼 여유는 거의 없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한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경험으로만 쌓여 있던 여러분의 디자인 철학과 문제의식을 논리적인 글쓰기라는 형식, 즉 논문을 통해 언어로 표현해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일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단순히 “졸업을 위한 형식적 요건”으로 보지 말고, 나의 생각을 구조화하고, 디자인에 대한 관점을 정리하며, 나만의 언어로 세상에 설명해 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주길 바랍니다. 이러한 훈련은 향후 실무에서 기획서, 제안서, 전략 문서, 프레젠테이션을 작성하고 설명할 때, 여러분을 분명히 한 단계 다른 수준의 실무자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넷째, 동료들과의 관계를 통해 더 큰 기회를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비전일제 대학원에는 다양한 산업군과 직무에서 온 재직자들이 함께 공부합니다. 여러분의 옆에 앉아 있는 동료는 10년 차 UX디자이너, 글로벌 기업의 PM, 제조업의 엔지니어, 혹은 새로운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기획자일 수 있습니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팀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며, 때로는 실제 일을 연결하는 협업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대학원에서의 만남은 단순한 과제 파트너를 넘어 커리어 전반을 함께 성장시켜 줄 소중한 네트워크가 됩니다. 대학원에서 만들어진 인연은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여러분의 커리어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대학원 선택이 인생의 변곡점이 되길 바랍니다.
비전일제 대학원을 선택했다는 것은 이미 여러분이 “지금의 자리에서 더 성장하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입니다. 그 결심이 헛되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태도로 수업과 연구에 임하고, 업무와 학문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커리어를 설계하길 바랍니다. 시간이 부족하고 일정이 힘들더라도,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사람은 결국 어느 순간 자신이 서 있는 위치가 완전히 달라져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여러분이 선택한 이 도전이 단지 바쁜 시간을 견디는 과정이 아니라, 실무 경험과 학문적 깊이를 겸비한 디자이너·기획자·리더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의 대학원 생활이 여러분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산업 현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진 리더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25.12.08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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