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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베이시 완리(Wanli)에 위치한 예류 지질공원(Yehliu Geopark)은, 해안 지형이 오랜 시간 풍화·해식·지각 변동을 거치며 빚어낸 독특한 암석 경관을 통해 자연 환경이 어떻게 ‘형태 언어’와 ‘감각 경험’을 만들어내는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그날은 바람이 몹시 강하게 불었고, 비가 잔잔하게 내리며 공기가 약간 쌀쌀했지만, 오히려 그런 날씨가 예류의 풍경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습니다. 파도 소리와 바람의 압력, 젖은 바위 표면의 질감, 그리고 구름 사이로 수시로 바뀌는 빛의 톤이 겹치면서, 단순히 ‘보는 경관’이 아니라 몸으로 경험하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연구원들과 함께 해안 길을 따라 걸으며, 같은 지형을 보더라도 각자가 포착하는 디테일이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누군가는 바위의 반복적 패턴과 리듬을, 누군가는 침식으로 형성된 모서리의 선명한 경계와 곡률을, 또 누군가는 안전 동선과 안내 사인의 배치처럼 ‘사람의 이동과 해석을 유도하는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주목했습니다. 강한 바람 속에서도 서로가 관찰한 포인트를 공유하며 걷는 과정 자체가 작은 현장 세미나처럼 느껴졌고, 자연이 만들어낸 조형이 결국 사용자의 감각을 어떻게 자극하고 기억으로 남는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예류 방문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환경이 형태를 만들고 그 형태가 다시 경험을 조직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궂은 날씨였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장소의 성격이 더 강하게 각인되었고, 연구원들과 함께 그 순간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좋았던” 방문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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