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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록세믹스 조건에 따른 최소 모션 로봇 표현의 사용자 인식 구조 변화, 박효상, 신승혁, 박기철, 기초조형학연구, 2026, vol.27, no.2, 통권 134호, pp. 353-370 (18 pages), DOI: 10.47294/KSBDA.27.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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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3 23:59:32

프록세믹스 조건에 따른 최소 모션 로봇 표현의 사용자 인식 구조 변화

본 논문은 소셜 로봇의 최소 모션(Minimal Motion) 표현이 사용자와 로봇 사이의 물리적 거리, 즉 프록세믹스(Proxemics) 조건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인식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이다. 최근 HRI 연구는 로봇을 단순한 기능 수행 장치가 아니라 사용자와 정서적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적 행위자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언어가 아닌 시선, 자세, 움직임, 점멸과 같은 비언어적 단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로봇의 감정 표현이나 동작 효과를 다루면서도, 실제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사용자–로봇 간 거리와 공간 배치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이에 본 연구는 동일한 로봇 표현이라도 근거리와 원거리에서 사용자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연구의 핵심 목적은 로봇의 눈 깜빡임과 같은 단일하고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감정 전달과 의사소통 가능성이 성립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최소 표현이 거리 조건에 따라 어떻게 조정되어야 하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로봇 모션의 최소 단위를 ‘단일 요인’으로 정의하고, 이를 최소 모션으로 개념화하였다. 또한 로봇 표현을 유니모달(Unimodal) 조건과 멀티모달(Multimodal) 조건으로 나누었다. 유니모달은 LED 눈 표현만 사용하는 조건이며, 멀티모달은 LED 눈, 머리 회전, 모자 움직임을 결합한 복합 표현 조건이다. 분석의 초점은 두 표현 방식 중 어느 것이 우월한지를 단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와 표현 모달리티가 결합될 때 사용자의 의사소통 판단과 감정 인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실험은 2×2 혼합 요인 설계로 구성되었다. 독립변수는 물리적 거리와 표현 모달리티이다. 거리 조건은 Hall의 프록세믹스 이론을 참조하여 60cm 근거리와 200cm 원거리로 설정되었고, 거리 조건은 피험자 간 요인으로 적용되었다. 표현 모달리티는 유니모달과 멀티모달로 구분되었으며, 피험자 내 요인으로 측정되었다. 종속변수는 크게 두 가지로 설정되었다. 하나는 로봇의 반응이 사용자에게 적절한 상호작용 신호로 인식되는지를 평가하는 의사소통 가능성(Perceived Communication Capability)이고, 다른 하나는 로봇 표현이 전달하는 감정적 에너지의 정도를 평가하는 감정 인식 강도(Perceived Emotion Expression Intensity)이다. 연구는 총 40명의 20대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60cm 조건과 200cm 조건에 각각 20명씩 배정되었다.

실험 로봇은 호출–응답 상황을 구현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피험자가 로봇의 이름을 부르면, 로봇은 가벽 뒤에서 등장하여 피험자 앞의 지정된 위치까지 이동한다. 이때 사전에 로봇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 블라인드 세팅을 적용하여 거리와 위치에 대한 기대 효과를 통제하였다. 로봇은 LED 눈, 머리 회전, 상단부 모자 움직임을 조합할 수 있는 구조로 제작되었으며, 이를 통해 단일 표현과 복합 표현을 동일한 물리적 대상 안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LED 눈 표현은 로봇 감정 표현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인식되는 요소로 설정되었고, 눈 깜빡임은 즉각적인 주의 환기 신호로 기능하도록 설계되었다. 머리 회전과 모자 움직임은 방향성, 의도성, 과장 효과를 통해 감정 신호를 보완하는 요소로 활용되었다.

측정은 정량 평가와 정성 인터뷰를 병행하였다. 먼저 감정 판단의 기준 자극으로 놀라움(Surprise)을 설정하였다. 놀라움은 기쁨, 슬픔, 분노처럼 명확한 정서 방향을 갖는 감정보다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감정으로 볼 수 있어, 거리와 표현 조건에 따른 감정 해석 변화를 비교하기에 적합한 기준 감정으로 사용되었다. 감정 인식 중립성은 사용자가 로봇의 놀라움 반응을 ‘표시’, ‘감지’, ‘경계’ 중 어떤 의미로 해석하는지 선택하도록 하여 측정하였다. 의사소통 가능성은 GICC-15 척도의 일부 문항을 HRI 맥락에 맞게 수정하여, 로봇이 정지한 위치가 배려적으로 느껴지는지, 너무 가깝거나 멀게 느껴지는지, 동작이 과하지 않고 의도를 간결하게 전달하는지 등을 평가하였다. 감정 인식 강도는 눈 표현만으로 감정 전달이 충분한지, 머리 회전이나 모자 움직임의 추가가 감정 강도 인식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5점 리커트 척도로 측정하였다.

분석 결과, 먼저 기준 감정인 놀라움은 모든 조건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인식되었다. 유니모달과 멀티모달, 60cm와 200cm 조건 모두에서 감정 선택 구조는 ‘표시–감지–경계’의 순서로 나타났으며, 카이제곱 검정과 표준화 비교 검정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거리와 표현 모달리티 변화가 놀라움이라는 기준 감정의 기본 선택 구조 자체를 크게 흔들지는 않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사용한 감정 자극은 조건 간 비교를 위한 기준 감정으로서 일정 수준의 타당성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사소통 가능성 분석에서는 거리 조건에 따른 차이가 보다 뚜렷하게 드러났다. 유니모달 조건에서는 일부 문항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났고, 5개 문항 중 3개 문항에서 중간 이상의 효과 크기가 확인되었다. 또한 2개 문항에서는 신뢰도 기준도 충족하였다. 이는 근거리 조건에서 LED 눈과 같은 최소 표현만으로도 사용자가 로봇의 응답 의도와 의사소통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멀티모달 조건에서도 일부 문항에서 유의한 차이와 강한 효과 크기가 나타났지만, 신뢰도 기준을 충족한 문항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복합 표현이 항상 안정적인 의사소통 평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거리와 맥락에 따라 복합 표현이 명확성보다는 과잉성이나 해석 부담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다.

감정 인식 강도에서는 유니모달과 멀티모달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뚜렷한 유의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효과 크기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유니모달 조건에서는 2개 문항에서 작은–중간 수준의 효과 크기가 나타났고, 멀티모달 조건에서는 3개 문항에서 작은–중간 수준의 효과 크기가 나타났다. 특히 멀티모달 조건의 일부 문항에서는 신뢰도 기준을 충족하는 결과도 확인되었다. 이는 감정의 강도를 보다 분명하게 전달해야 하는 상황, 특히 원거리 조건에서는 눈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며, 머리 회전이나 모자 움직임 같은 추가적인 움직임 단서가 감정 해석을 보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후 인터뷰 결과는 이러한 정량 분석의 경향을 보완한다. 근거리에서는 로봇이 갑작스럽게 접근하거나 오랜 시간 응시하는 경우 심리적 부담이나 압박감이 발생할 수 있었으나, 적절한 거리에서 부드러운 눈 표현을 보일 경우 사용자는 이를 안정적이고 배려적인 반응으로 해석하였다. 즉 근거리에서는 지나치게 복잡한 표현보다 간결하고 부담이 적은 최소 표현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상호작용 신호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원거리에서는 단일 시각 표현만으로는 의도나 감정의 의미가 불명확하게 해석되는 경우가 있었고, 사용자는 머리 방향, 시선 변화, 모자 움직임과 같은 복합 단서를 통해 로봇의 의도와 감정을 더 분명하게 파악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종합하면, 본 연구는 최소 모션 기반 로봇 표현이 프록세믹스 조건에 따라 단일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근거리에서는 최소한의 표현만으로도 의사소통 가능성이 충분히 인식될 수 있지만, 원거리에서는 사용자가 로봇의 반응을 명확히 해석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각적 단서와 복합 표현을 필요로 할 수 있다. 또한 의사소통 가능성과 감정 인식 강도는 동일한 평가 차원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인식 구조로 작동한다. 의사소통 가능성은 사용자가 로봇의 반응을 상호작용 신호로 구별할 수 있는지와 관련되고, 감정 인식 강도는 그 신호가 얼마나 두드러지고 명시적으로 느껴지는지와 관련된다. 따라서 로봇 표현 설계에서는 “표현을 더 많이 넣는 것”이 항상 좋은 전략이 아니며, 사용자의 거리, 공간 배치, 상호작용 맥락에 따라 표현의 밀도와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본 연구의 의의는 HRI에서 로봇의 비언어적 감정 표현을 단순히 동작 요소의 조합 문제로 보지 않고, 거리 기반 사용자 경험 설계의 문제로 확장했다는 데 있다. 특히 눈 깜빡임과 같은 최소 모션이 근거리에서는 저부담 의사소통 단서로 기능할 수 있고, 원거리에서는 복합 모션이 감정 해석의 모호성을 줄이는 보완 장치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이는 향후 가정용 로봇, 서비스 로봇, 공공공간 로봇, 돌봄 로봇 등 다양한 HRI 시스템에서 거리 적응형 표현 설계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특정 로봇 형상에 한정되지 않도록 동물형, 기능형, 휴머노이드형 등 다양한 로봇 유형에서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실제 생활공간의 소음, 조명, 시각적 방해 요소, 모터 소음 등을 포함한 환경에서 생태학적 타당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연령과 전공 배경을 포함한 표본 확장, 반복적·장기적 인터랙션 상황에서의 변화 분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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